┌───────────────────────────────────┐ │ ▶ 번 호 : 928/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7년 08월 08일 05:57 │ │ ▶ 제 목 : 내 아는 그대인가 │ └───────────────────────────────────┘ 내 알던 그대인가 아쉬움 많던 인연 멀리하고서 늘 관심있어 사모하던 戀人, 경악에 순간 그대가 괌 구릉 숲 KAL의 잔해 위에 뉘 따라 그곳까지 갔던가 煉獄을 만나 다행스레 목숨만히 얻고 그 곱던 얼굴, 畵像으로 내 눈빛과 빗겨서게 했다. 못쓸 운명 차라리 추억이나 고히 접게 하지, 맘 쓰리고 고통을 준 心事에 한때 열정적으로 연애하고도 이별의 實利로 괌 여행를 기획한 그대는 뉘놈에게 첫몸 주고도 빰 맞고서 섰는가 울화가 치민다. 이제 구겨진 인생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탕 먹은자도 갔고 여인의 아름다움도 떠났다. 살 날은 하수상스레 지리한데 이 무슨 신세로 어제와 오늘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인생 살맛 안난다. 옷을 걸치면 뭣하나 엊그제 해변을 걷던 그 팽팽한 구릿빛 다리를 보고 그 위인도 미치다 못해 환장 했노라 은밀한 잠자리에서 고백 듣지 않았던가 같이 미쳤기에 甘言異說를 쫓아 돈품깨 있다던 치 따라 혼인빙자 따라나선 이제는 햇빛이 아닌 생지옥에 빠져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악마에게 불로 지짐 당하다 못해 뭐 그슬린 꼴 되었다. 닭 쫓던 개 앞에 추락한 신세는 웬지 운명이야 싶다. 그렇게 내 품고 싶었던 님 앞에 통닭구이로 드리련가 팔자 우습게 되었건만 개는 사람들 같지 않아 생것을 뜯는다나 미안 하기야 하지 맺지 못할 인연 뉘 탓만인가 싶고 변해도 한참 변한 몸뚱이는 될대로 되게 냅둬 버리라지 웬 괴물입네 외면하는 옛님도 진정한 사랑이 머문 추억만으로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 길고 윤기나던 머리카락도 민둥산이 되었는지 더위에 웬 붕대로 얼굴에 단춧구멍 같은 눈망울만 내밀게 했는가 도대체 어떻게 돼버렸기에 혹시나 재작년 어느 도로에서 목격한 교통사고에 불탄 차에서 급히 빠져나와 옷에 불이 붙어, 논두렁 진흙탕 물가로 나뒹굴던 여자와 흡사한 모습이 아닌가 소름끼친다. 불행은 언제나 남의 일이였다. 카페에서 유쾌히 친구와 어울려 술까지 취해가며 흥미 삼아 목격담을 얘기 했었다. 영화을 본듯한 비현실 상황의 생생한 과거를 그렇게 추상화 시켰었다. 피해는 반드시 남들만이 겪는 재수 없는 일 같다고 기피하고 그런 일 당한 이들을 혐오하기도 했다. 그래서 병문안이 싫었고 친지의 영안 소식에 웬지 부정 탈 것만 같아 그 식구들 전화 소리도 얼굴 보는 것도 의도적으로 꺼렸다. 뭔가 일거리를 만들어 혼자 바쁜 짓꺼리 했다. 편리한 감정은 그뿐이 아니였는게 가난한 친구의 속사정은 그저 그내들 팔자 탓만으로 돌려 매사 돈타령에 이리저리 빠져나가 술자리도 여행도 사업도 도통 얼굴 뵐 수 없는 인간들 왜들 그러는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였다. 친구란 끼리끼리 똥은 똥끼리 모이듯 사는게라고 비웃기도 했었다. 부모 덕에 여유로운 생활이였지만 궂이 남 손가락질 당할만큼 비열하게 살지도 안이 하지도 않았으니 알아 줘도 그만 못 알아 준다고 욕한 적은 없다. 열심히 살았다고 보는데 지지리 궁상에 괌여행 제의에 뭣이 그렇게 잴 것이 많은가 정든 임은 情敵에게 내 주고 말았으니 그 吉이 주검의 길이건만 情든 임은 비정스레 짐승이 우글대는 곳에 내몰았다. 사랑은 소유의 욕망이라던데 이 무슨 속절 없는 인연인가 원망스럽기만 해서 울기도 몹씨 울었다. 속알딱지 없는 계집애 빰이라도 치면서 너무 사랑하고 밉기도 하여 도무지 이대로 헤여질 수 없으니 너의 순결이라도 뺏아 먹고 일 저질러 볼까 하노라 생떼라도 부리지 그렇게 힘없이 비굴스레 고급 승용차 몰고 온 놈팽이에게 이별의 키스도 없이 보냈어야 했는가 그 순간 솔직히 여자의 맘 속은 순정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었다. 그리고 곧 치사스레 냉정해져서 사랑보다 현실의 재미에 몰입 했다. 이별의 그 날 밤, 딴 사내 품에서 미래을 꿈었던 얄팍한 변신은 정든 임이 버린 여인네 운명을 모질게도 만들었다. 아무튼 이번 KAL 사고는 끔직 했다. 좋기 보낸 적 없는 비정한 주검의 문턱에서 병신된 몸이나마 살아 숨쉬고 사랑의 회한이라도 가지니 참으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