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1327/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7년 10월 04일 13:30 │ │ ▶ 제 목 : 그날이 오기 전에 │ └───────────────────────────────────┘ 오고야만 시절을 만나 퇴색된 인생의 낙엽이 되면 지난 날의 추억이 눈물 괴이도록 다가온다. 거리는 분주한데 타인들로 넘실 거리고 어느듯 햇살은 황혼의 아름다움이 싯귀처럼 의미롭다. 동갑네들이 있었던가 어느 해 부터인가 어린 시절 학교의 입학에서 졸업, 결혼, 취직들은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처럼 빈틈 없이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 진행된 무리를 따라 세상에 나섰고 이제는 무성했던 여름 날의 잎새들과 더불어 만추의 산야에서 찬바람결에 뒹굴어야 한다. 운명은 물건을 만들어낸 인간의 소모품 목록이였던가. 나의 존재는 자신만의 기억 속에 남고 삭혀지고 뽀르뚱하게 사라질 것이다. 친지나 친지 손에 한줌의 재로 움켜줘 흔적된 인연의 망연한 추억이 연기 처럼 피어 오르면 영혼을 믿던 이는 하늘로 갔고 아무런 기대도 두렴 없이 저승을 준비한 이들은 자연으로 돌아간다. 실제의 삶은 소설처럼 야릇한 전경은 아니였지만 남이 대신해 고통 받고 환희를 느꼈던 몫이 아니였기에 절대적으로 나자신에 속한 작고도 음미로운 세계가 있었다. 좀더 자신의 내면과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한 못내 아쉬운 미련이 들었을 땐 육신의 기력은 쇠진 되어 오랜 병고에 지친 모습 처럼 모든 것을 다시 시작 할 순 없었다. 어짜피 갈길인데 힘없이 병들어 끌려가는 건 좀 뭣했다. 그렇다고 칼로 배 가르는 일본 무사도 정신이나 총알밭 전쟁터의 영웅으로 광기 섞인 도전적 주검도 비범치 못한 위인이 취할 바도 아니고 느닺없이 옆구리로 치고 달린 뺑소니 교통 사고로 급살되어 객사 소식을 아는 이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싶지도 않으니 잠에 들듯 진한 수면제나 환각제로 너절한 몸부림의 영혼의 迷兒도 싫다. 악몽에 시달리듯 모질게 괴롬 당하다 한모금의 갈증에 아쉬움으로 눈뜬 채 세상을 그렇게 원망하듯 갈수도 없고 꽝소리에 산산히 부서지는 육체를 느끼며 날개 없이 고층 아파트에서 날기는 하기도 좀 그렇다. 그날이 오기 전에, 드디어 다가서기 전에 자신의 이름과 식구 얼굴을 우선 기억하고 오늘의 날짜를 우선 기록한 일기를 써보자 흔적을 남기는 진지한 맘가짐 부터 시작된 인생의 의미는 삶이 몹씨도 정겨워 추억을 애무하고픈 문학적 낭만의 감흥까지 이르면 주검도 상상의 연결로 풍부히 넓어진 세상에 자신을 이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