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1434/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7년 10월 14일 16:12 │ │ ▶ 제 목 : 곱디고운 사람들 │ └───────────────────────────────────┘ 기름지고 우아한 긴 머리카락 한올도 없게하여 속세를 떠난 젊디 젊은 여인을 보았다. 어느 종교인의 모습으로 전철, 혹은 건널목 기까이에서 뵈노라면 몸내음이 정갈스러워 좋았다. 역한 사람의 냄새로 진풍경을 이루는 밤거리의 골목이며 거리 불빛 아래의 몰골들 틈에서 내 지친 몸으로 기여나와 , 슬며시 다가선 샘물 같은 여인을 보니 그 무표정 내면의 눈빛 창으로 삶의 고뇌에 쪄든 郡像 속에 자신이 보인다. 어느 철부지 부모의 어린 사생아를 돌보고 병들고 늙어 걸인으로 밖엔 살 수 없는 이들의 자상한 보살핌의 벽이 되어준 사랑의 실천적 전령들, 뭇 세상 젊은 것들의 개인적 삶의 낭만과 이상, 유행과 사랑의 질주 속에서 자기를 잊고 오로지 불행한 타인을 위해 살기로한 빛은 너무도아름답기만 하였다. 가진 것 모두가 사랑 밖엔 줄 것이 없다던 처녀은 어느덧 이씨 집안의 여인으로 들어와 두 아이의 어미로 막내 제수씨가 되었고 스무셋 여자 나이로 처음 뵌 이후 칠여년 동안 무던히도 변함 없이 개척 교회를 다닌 피 선생은 드디어 10월25일 결혼을 앞두고 있다나. 맘 깊은 곳에서 잔잔한 충격이 치밀었다. 곁에 머문듯 없는듯 그림자 처럼 내 뇌리에 맴돌던 여인. 가난 속에서 피운 들꽃의 은은한 향기는 인생 나그네의 삶에 베여드는 정감이였고 그 모습, 표정을 흠모 하노라면 모태의 정을 그리워 하는 본능 처럼 다가가 언제까지 잠들고 싶었다. 오직 한사람을 만나 한사람만의 사람으로 살다가 자식 얻고 生의 年數를 다할 일생이기를 신의 攝理로 안 여인도 세속을 버린 여인 못지 않은 고운 人生이리라. "이렇게들 시작 하는 것이죠. 이제 애쁜 아가 낳고 신앙과 가정을 지키며 뿌리 깊은 나무 처럼 사셔야죠. 정말 축하 드립니다." 허전한 맘이 밀려 왔다. 낼모레 신부가 될 사람의 야윈 얼굴이 몸내 걱정스러웠고 이 험한 세상 , 명희가 이 이후라도 늘 변함 없이 내 주위에 있어 처녀 귀신이 되는 한이 있어도, 언젠가 내 품어 볼 신비로움으로 남아 있기를 바랜 꽁한 심사는 도대체 뭘까 난 역시 열계집 마다 하지 않을 사내 이였어. 그러나 난봉장처럼 엽색질로 소금물에 갈증을 해소하는 어리석음은 아니였기에 고운 사람들 만나 이별하면서 인생의 의미 한수를 배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