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1463/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7년 10월 17일 16:18 │ │ ▶ 제 목 : 이땅에 살다간 그대 │ └───────────────────────────────────┘ 이땅은 그대와 살던 소담스런 가정 안에 낯익은 정감이 깃든 곳. 번잡스런 소음으로 어슴프레한 카페에서 지성과 사색을 논하는 서구적 어설픈 낭만은 멀리하고 된장국에 김치 맛을 익히 알아 정든 사람들 곁에서 인생의 잔재미 붙이며 살았었다. 더러는 창밖 술주정뱅이와 뉘 거렁뱅이 팔자를 무시도 하고 못볼 위인들로 게슴치레 보았어도 못된 인간을 좀체로 이해하지 않았다. 강도질에 사기에 역마살낀 그런 위인의 상판떼기는 봐주기 뭣하다며 귓때기를 쥐어 끌어 빰을 후려치고 다리 걸어 넘어지면 아랫도리 부터 쉴새없이 발로 짓이겨 주둥이에 침이라도 뱉아야 했다. 개같은 위인 호되게 버릇 가르칠 앙칼진 여인은 여느 땐 그토록 얌전하니 예쁘장스러웠건만 한번 어설피 건드린 날이면 욕설에 으름장을 놓는다. 키도 작고 몸도 야윈 토종여자가 웬 기운으로 객기를 부리는지 그 성질 게걸스런 날잡은 날이면 호색적으로 맞술 들고 재미 보잔다. 지지고 볶아 정신없이 살아온 세월이 어느듯 황혼에, 그대는 떠났고 모른 이도 따라 갔다는데 저편은 능선에 걸렸으니 아니 갈 수 없는 인생의 피안은 그곳 산자락에 숨었어라. 그대는 핏빛보다 짙은 사랑에 저주 받아 벌거벗은 목내이 내 그위에 수의를 덮어드리리다. 산그림자 뉘인 오솔길 옆 무덤가 찬바람결에 흩어지는 잡목 숲가 낙옆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