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1662/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7년 11월 07일 07:00 │ │ ▶ 제 목 : 도피하고 싶은 맘 │ └───────────────────────────────────┘ 연세 칠순에 보일러 일을 거침 없이 하고 하루걸러 사내구실 한다는 늙은이 옆으로 언제나 정오가 조금 지나서 명동 바닥에 30년째 망령든 고물이 하나가 나타난다. 인력거에 귤을 팔든 말든 시간 지켜 장삿터 하나 굳게 잡은 확인인지 옆자리에 오뎅 파는 젊은 여자와 고함치며 한동안 떠드는 광경은 화려한 쇼윈도우에 빗겨선 먹자골목에 인파 만큼이나 멋의 거리에 대비된 진풍경이였다. 동태 눈알에 저격범 안두희와 흡사한 덩치, 자유당 시절 "왕년에" 소리는 전설적 깡패의 너절한 허풍은 아닌듯 싶건만 오기찬 젊은아 한테 떡이 되도록 맞은 이후 정신 났다던가 귀에 쟁쟁쟁 하도록 남 얼빠지게 만드는 꼴 보면 주제가 혼란스워 어찌 저런 인간은 안잡아가고 이제 50줄에 살아도 20년을 더 재미나게 살 위인, 옥수동 칠장이 쓰리박 맴버 하나를 도려낸는가 싶다. 이제 깨진 두레박 하나된 탄현 박씨 형님과 어제 저녘 신촌에서 술한잔 했다. 그양반은 강원도 명성 콘도 현장에서 스키 타다 다리 부러진 사건 하나가 있는데 유명 연예인 자녀로써 신분에 맞는 변명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고 돈 몇푼 내노임으로 받아 한우 등심으로 모처럼의 술대접은 너무도 어색했다. 고기맛에 肉膾를 씹는 기분도 對話도 여전히 脾胃만 상했다. 아무튼 인생의 桎梏에 모인 볼쌍스런 것들에서 열정과 낭만이 숨쉬는 곳으로 새삼 도피하고 싶은 맘 간절 했다. 고깃집 밖으로 커피집 간판 불빛이 보였다. 창넓은 공간에 연인들이 사이에 탁자위, 허리가는 화병 속에 꽃 한송 담겨진 너머로 내 사랑도 날 기다릴까 소파에 묻힌 온화한 눈매에 정겨운 눈길을 줄 여인은 멋진 육체에 세련된 옷매를 지녔다. 젊고 아릿다운 사람이 들꽃의 향기 머금은 村老의 손녀라도 되었으면 도심을 열차로 함께 떠나 흙내음 신선한 공기 마시며 산길을 걷고 싶노라. 단풍든 숲길가 바위에 쉴적에 그대와 짜릿한 입맞춤이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