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1671/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7년 11월 08일 08:05 │ │ ▶ 제 목 : 自由人 │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노인네 시간이야 노는데 돈드는 일이야 못하지만 한푼 안쓰고 버티기는 견딜만해. 벌어 놓은 것 바닥나면 눈치껏 막노동해서 한주일은 보낼 수 있지.", "가족이 없나봐요?", "다들 컸어, 제들 살기 빠듯한데 애비 용돈 줄 여유 있겠어. 이나이엔 건강이 제일 무서워! 쓰러지면 누가 돌보겠어 자식들 제살림 차려 어린것 돌볼 재미에 빠졌는데 제아비 신세 어디까지 알겠나 그냥 몸뚱이 질질 끌고 살다가 잡목 처럼 쓰러져 겨울 지나고 새순이나 피울 계절이 오면 척박한 땅에 밑거름이나 돼주지. 그게 인생 아니겠어.", "그런데 집은 어디세요?" "허, 그사람. 이젯껏 살아온 세상인데 어디든 내집 아니겠어." 삶의 그늘에서 만나 안면만 있던 노인과 곱창집에서 나뉜 대화의 자리에 취기가 오니 요즘 신세도 일거리 없어 한심 하지만 80년초 더더욱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치 불안이 휩쓸고간 거리에 경제적으로 방황하던 내신세도 덫이 놓인 야산을 배회하며 진흙탕 개울과 푸석돌 능선을 급히 오르느라 몸가짐 추스려진 차림은 아니였다. 먼지와 유독 화합물에 五臟六腑를 면역 시키고 거세된 물질에 광기라도 부리던 날, 돈버는 재미 일재미 반반에 여러날을 햇빛 못보며 지냈었다. 절대 가난을 돈符籍으로 드리내민 악착에 문밖으로 내몰적 신발작으로 냅다 후려치곤 무악재 까지 뒷쫓아가 산너머간 乞神놈에게 삿대질 해댔었다. 그러던 세월이 십여년을 지나 낯선 도시도 골목도 생겨나 전셋집에 이사를 하고보니 가는 곳마다 웬 것이 따라 붙는데 돈타령에 짜증에 병마까지 끌고와 잡귀신 미신을 아니 믿을 수 없을 지경이였다. 날품삯조차 이러저런 핑계로 안줘 노동을 착취하고 꿔간 돈 배짱으로 버티고 남이란 게 술 얻어먹을 땐 흥, 몇푼 덜간 돈엔 칼날 성질 세우고 부산집 갈 차비 없어 천원씩 꿔 달라던 전철칸 야바위는 몇년째 서울를 못떠나는지 요즘은 통 보이지 않아 괜스레 궁금했다. 재숫굿판 벌리는 아파트는 없어도 귀신을 피해 뚝하면 평수 바꿔 이웃 인사 없이 들락거리고 어느날 부터 쉽게도 연애질 하여 딴계집 서방과 붙어 가족관계가 개집구석이 되어 갔다. 팔자를 자가용에 실고 다니는 세상엔 굿판은 그대로 인간적 애환에 토착적 恨의 정서가 깃든 우리 민족에 고전적 정서이였다. 이제는 침대문화에 가방 봇다리 들고 호텔구석에 살듯 떠돌이 물류정보 시대에 피해자는 객사처리로 화장되어 송장 누계서류에 쌓이고 해결사는 경찰에 의사에 연계된 그모든 직업으로 분해자 처럼 비럭질하며 산다. 생명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장삿꾼에 표적으로 순화된 삶을 살다가 구매력 없는 신세로 밑보이면 먹거리라도 제공해 줘야할 지극히 타산적인 세상이 인간에게 있어 더욱 고도화된 지적 분해가 이뤄져 귀신도 모르게 자연에서 사라진다. 하늘로 갔는지 흙으로 갔는지 주검에 이른 많은 이들은 살아서 鬼神에 시달린 생활에서 해방을 맞는 것이다. 동족과 동료로 부터 철저히 이용 당하고 괴롬을 당한 뒤 선택한 최후에 자살이면 生에 갇혀진 도피처이고 되받아 運命에 맞서 싸워 노략자와 음탕꾼을 제인생에서 몰아낸 인간 승리자이면 참다운 生의 彼岸에 선 自由人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