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1873/13549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7년 11월 30일 08:15 │ │ ▶ 제 목 : 8푼의 狀況 │ └───────────────────────────────────┘ 무슨 일이든 해놓고 보면 시간이 지나고 보여지는 각도가 다른 탓인가 첨가될 것도 삭제할 것도 있게 된다. 생활 일기의 경우는 오히려 서툴고 脫字 誤字가 더 있어도 자연스럽고 순수하여 마치 지나온 발자취와 같다. 그러나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나 상품이 되어질 대상물은 흔히들 8푼에서 상황이 끝난다. 욕심을 더 부릴 시간도 재료도 경비도 의욕도 없이 '이정도면...'하고 손 놓는 것이다. 촌스럽던 인물이 기름진 인깃밥을 잘 얻어 먹었나 볼수록 세련되고 거만스러워지고 나중엔 眼下無人이다. 더러 그런 부류가 있다는 것이고 대부분 지식이나 교양과 경륜으로 잘 다듬어진 인품에선 마치 검술의 고수처럼 젊잖고 위엄이 있고 불의와 맞수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 멋진 비장의 검법을 발휘할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 한때 그런류의 중국 영화가 흥행할적 관객의 표정에도 의리와 순정의 사나이 모습이 있었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그 사람의 선곡을 보아도 정서의 무게를 알수가 있다. 내 경우는 해후나 비의 탱고인데 전자는 첫정 유혜경에 대한 추억이고 후자는 부친이 방지에 가시던 날의 회상이다. 外貌와는 다른 일면이 사람들 맘 속에 內貌로 대응 될순 있으리라. 전철에 동냥하던 많은 이들 중에 참 멋진 이 하나를 기억한다. 키는 작고 다리 하나 절면서 비교적 빠른걸음에 아코디언을 능란스레 애환담긴 외국곡을 연주하던 이, 사람의 눈맞춤을 피했던 여운이 낙옆 밟던 고독의 시절을 연상케 했다. 사랑하던 이가 창녀가 되었던가 교통사고를 같이 당하여 저승을 먼저 보내고 거리를 방황 하든가... 날짐승 처럼 그날의 먹이을 찾아 그날 그날 거리를 배회 하는게야. 히피족이나 집시들의 멋처럼 거리의 예술가는 걸인의 모습일 수 밖엔 없었다. 그래도 남에게 먹거리를 동냥치 않고 자기 운명을 거칠게 개척한 현실주의자들이 이 사회 곳곳에 있다. 잔재주꾼들이 옹기 종기종기 모여 막노동판으로 빌딩이고 술집이고 아파트를 만들어 간다. 직업도 많고 많아 뭣으로 벌어 먹든 양심껏 처신하고 남 손가락질 받지만 않으면 과거는 묻지 않는다. 주둥이 병신도 아닌 이들이 말투나 언어를 꽈배기 만들어 게시판에 너죽거리는 것보면 비위가 상한다. 가난을 도둑 맞은 산동네 사람이 부잣집 막일하러 가서 돈깍이고 물한그릇 못 얻어먹기 힘들단 소리 상식이니 맘부자 돈부자에게 인심도 좋지 웃고 만단다. 없는 것 없이 사는 것이 병신 흉내도 하면서 가난뱅이 것 넘겨 보는 심사는 놀부 심보도 그러진 않았으리라. 사깃꾼이 남 도둑질하는 법을 아는게 당연하니 방범이고 보안에 법석이다. 넘겨잡아 훌치고 염전이 따로 없다. 문앞에 지렁이 싹앤지 삼대째라니 쌍것들 보듯 제자식 미운털 박히면 첩질해댄다. 지랄 발광에 미친년 널뛰듯 살다가 동구밖에 날강도 만나 옷벗겨가 쓰러지면 개들에 허연살 뜯겨 논두덩에 뼈다귀 몇해째 굴러 다닌다. 그들에게도 숨겨진 2푼의 고운 얘기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