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3475/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8년 04월 24일 02:50 │ │ ▶ 제 목 : 아름다운 글이다 │ └───────────────────────────────────┘ >98년 04월 19일 21:53/ >제 목 : 유미리 /등록자 : 홍단도 > >나는 돌아가는 길에 눈에 비치는 모든 풍경, >귀로 파고드는 모든 소리에 취하여 걸었다. >무수한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고, 나는 스스로도 >신기할 만큼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오래도록 친밀하게 지내던 사람과 사물에 미련없이 >안녕을 고하고 나는 변하고 싶었다. 전혀 다른 >인간이 되고 싶었다. 추억 따위는 필요없었다. >나는 오노 선생님한테 받은 오르골과 손수건을 공원에 >묻었다.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하늘은 거짓 동정 따위는 보이지 > > >... 기억이란 하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은 때때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창작한다 >는 사고가 과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헉헉거리는 >나한테는 아주 자극적이었다. 어쩌면 나의 어두운 >기억도 자기 연민으로 인한 픽션일지 모른다... >쓰라유키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 인생에 극적인 >것을 기대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며, 인생이란 부시시 >눈을 비비고 일어나 토스트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체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호는 그의 말을 >부정한다. > >온종일 어제 산 물가의 요람. 유미리의 책을 보았다. >내일이 짜증나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모든걸 자꾸 그만두고 싶어진다. >나와 무관한 일들이었으면 싶다. >내 나이도 부담스럽다. >밖으로 열렸던 창문을 닫고 싶다. > >크레용. 천리안 철학동호회 문학/예술란에서 한편의 수채화 같은 기분을 든 글을 보았다. 컴퓨터 문단의 나도 작가란에서 이만한 글은 있을텐데... 외진 이곳에서 야생화처럼 눈에 띄이다니 산책길에 넓은 공지를 본듯했다.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바로 위와 같은 것이였는데...... 문학의 온화한 향기를 잊어었나 보다. 세검정 김환기 미술관에 들린 어느 비오신 날 뒤에 오후처럼 조용하고 정갈한 맘속에 물감으로 번진 추억처럼 회한되어진 그런 나의 모습들을 문학의 내면 속에서 그렸건만 논쟁과 수다와 술취함과 삶의 걱정꺼리들로 잔잔히 언어 속에서 고뇌하는 버릇을 언제부턴가 잊었구나! 아름다운 글들, 이미 내 주변에 와있는 추억과 낭만과 삶의 진실이 담긴 글들 속에서 여인의 피부결 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는 정겨움으로 나의 참모습을 찾아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