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4641/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8년 07월 16일 10:28 │ │ ▶ 제 목 : 그대가 남겨놓은 몫 │ └───────────────────────────────────┘ >등록자 : ZPDEB128 >등록일 : 98년 07월 16일 02:15 >제 목 : 수첩을 보내다, 추억의 아주 먼 곳으로... > > 답답함. > > 그나마 비가 오고 있어 다행일까. 시원하다. > 저 공간안에 눕고 싶다. > 옷 젖는일 따위 두려워 않고, 저 거리에 눕고 싶다. > 저 거리에, 저 빗속에, 이 땅의 어디든 흘러서 > 아프고 아픈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 바람같은 글을 써 보리라. > 하여, 지금은 다시 희망에 웃다. > > 술 한 잔이 하고픈 날이었다. > 독한 위스키 한 잔을 잔에 따라서 > 비듣는 하늘 밑에 내려놓고 천천히 회석해가며 마시고 싶다. > 그 뿐이다. > > 네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말던, > 7월 15일자 비오는 날의 수첩은 그렇게 마감한다. > > 보헤미안 랩소디. > 비오시는 날에, 마티니 한 잔의 추억이 내게도 있다. 카페 데이트라인을 너머 카페 리브에 닿던 십여년 전 미혼시절에 어느 해 초봄, 그녀와 마주한 눈빛 사이로 마티니는 여인의 달콤함 그대로 이였다. 그대의 입술을 애무하며 타액을 삼킨듯한, 첫정을 준 그대의 신비스러움, 유년시절 자연과 모성의 친근함 같은 그대에 대한 느낌 모든 것은 단순히 연인에 대한 호기심만은 아니였다. 광기어린 열정의 관조 뒤에 이별의 독주로 변하던 그 카페, 그날에 그 비정했던 밤거리에는 비바람이 스치고 있었다. 그뒤의 세월 어디선가 역한 위스키에 그대 모습을 그리며 젊은 그대를 내게 줄 수 없던 이유가 불연듯, 자주 미움되어 다시는 마티니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뉘의 애낳고 잘 지내고 있는지... 내 애도 많이 컸지만... 젊어서 야망의 길벗처럼 지내다가 나이들어 서로의 인생을 의지하는 연인이 되자던 그대 유혜경, 고궁의 오솔길에 조용하고 정초함을 연상 시키며 강인한 직장인의 매서운 인간성이 엿보였던 그대. 내 젊은 날에도 사랑에 의미로 그대의 젊은 날에 그 모습 그미소 그음성이 뭇 여인을 신비감으로 머물게 해준 인연에 지금도 고마워 한다. 이제는 척박한 현실에 횟빛 도시인의 내 고운 추억으로 남았지만... 그 때의 인연은 그대가 남겨놓은 몫이였기에 못난 기억은 그모두 그대의 짐이였으니, 이제 설령, 내 어쩌다 그대를 찾더라도 부담은 마시오. 내 몫에 사랑의 만남과 이별도 있으니... 삶의 내용으로 채워놓을 인생 수첩에 빈칸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