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4772/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8년 07월 28일 12:09 │ │ ▶ 제 목 : 인간의 本鄕은 어디에 │ └───────────────────────────────────┘ 歸巢本能일까? 어디서 태어났는가 그에 따라 사람의 생각과 소망까지 결정 지여지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간단한 질문 하나를 물어 보았다. 댁은 임종의 순간 어느 곳 누구 곁에 있기를 바라나? 도시인인 나에게는 가정에 식구들 옆에서 이생을 떠나고 싶다. 내가 태어난 곳이 가정집이였기 때문인지 모르나... 한편 촌에서 난 사람들이면 밭이나 산능선 풀섶 어디든 벌레 처럼 잠들 것 같은 자연인일듯 싶다. 물론 절충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주검은 사고나 병환으로 시작되니 뜻하지 않게 개인의 선택으로 놔두지 않았다. 가정이고 풀섶이고 그런 곳에서의 신성한 주검의 예식을 현대인은 분명히 잃었다. 병원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의 공동묘지 같은 곳이다. 자연인으로써의 인간 本鄕을 잃은 가엾은 모습, 짐승과 기계적 생산, 무기로 전락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문명의 해커들에 의해 인간존엄에 도전을 받고 있다. 과학의 프로젝트로 인간의 운명을 오류케하는 자들이 인생의 길목에 서서 온갗 이기심을 채우고 있다. 그곳 빙산의 일각이 종합병원 현장인 것에 새삼 놀라며... 주검에 이르는 병을 조사하고 분류하며 삶의 생체 해부와 사실적 DATA가 합법적 자료처리로 이루워지는 곳, 태어나고 죽어가는 현대인 귀소장소이였다. 아무리 그래도 우주적인 사상을 가졌던 존재가 그렇듯 品자로 매겨진 꼬리표 달고 전문가의 손에 이끌려 세상에 보내졌다가 신속하게 수술실에서 지하 영안실로 소멸 처리하는 건 정말이지 못마땅스럽다. 그 선택이 환자손님의 가족에 절대적 요청이라해도... 소독약 냄새와 흰색들, 시름소리와 여러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주사 바늘의 아픔과 생산되듯 구분된 또래들의 울음소리가 있었다. 매사 건강문제가 생기면 느낌이 익은 곳을 늘상 찾게 되었던 곳, 낯익은 분위기를 공통적 잠재로 알게된 수많은 복제성 귀소자들, 생모의 초기의 잠시 체취를 잃고 방황하며 주사바늘과 수술에 맡겨놓는 평안함이 있었다. 자연의 바위와 풀섶과 가정의 요와 이불, 벽에 걸린 살림살이의 정감을 잃은 이들이 발달해져만 가는 매카니즘에 인간 운명을 내맡긴다. 실험의 도구로 혹은 사회형성 목적에 사용되는 개체 일람표처럼 차트화된 인간 무리로 어쩔 수없는 귀소는 의학적 운명線에 의해 해석되고 있는지도... 최초 모태에서 나오는 순간 부터 자연과 인간에 첫만남의 귀소장소가 문제가 된다. 결국에 그곳이 주검의 귀소장소인 것을 잠재적으로 알게 될테니 의학의 도움 자체가 인간의 일생의 개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해선 곤란하다. 화이트 칼라에 깔큼한 용모와 서류를 들고선 모습들, 출발부터 그런 이미지가 병원에서 박혀들면서 인간사회란 백색계층이 빛의 존재처럼 세상을 지배하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 펜으로 뭔가를 기록하는 모습은 결제서류을 앞에 놓고 타인들의 운명에 결정권을 가졌고 주사바늘의 특효는 인간처세를 위한 도구의 편리로 착상되었다. 모태와 산모의 정땜의 그 짧은 시간에 의학적 취급이 개인 생의 세월에 중대한 실수점 좌표을 낳는다. 귀소장소=병원=개인식별 육체의 전반적 유물론적 DATA 등록. 그래서 촌이나 가정적인 산물은 비과학적 토산품 취급에 막사는 인생으로 분류도 한다. (제밥 먹고 남부러운 것 없는데 시비걸면 곤란하지) 결혼 조건에 흥정이나 인사 입사처리를 보면 品자의 필요가 그 말을 대변한다. 무척 바쁘니 단출하게 묻겠네. 자네도 어디가 아파서 그런가? 귀익게도 웬 병원 얘기야? 팔자와 뭔 상관? 요즘 정신 병원에서 인생강좌도 하는 모양이군! 출신이 어딘가 잘난 부모는 있나 어디서 놀았고? 인생관 따위 필요없지. 현제의 꼴값만 보면 알 수 있으니 왜 자꾸 능력타령인가 그 능력있어 보였으면 내 자네를 깔보았겠는가? 자네가 자넬 평가하는 게 아닐세. 내가 하고 그 결과만 기다려 주게나. 혹시 나가고 싶으면 뒷문은 열려 있다네. 그 골목엔 포장마차도 더러 있다지... 정리해고자들 패거리엔 절대 끼여들지 말게나 그들의 처지야 동정은 가나 남은 자들이 욕먹을 이유는 없지. 평가는 평가 받게 돼있는 법이라 운에 따를 뿐이지. 아무튼 시간이 없네. 병원엘 가볼 시간이야. 병원에... 한쪽에서는 태어나고 그 옆에선 수술하고 그건물 지하실에도 내려가봐야 하니 무척 바쁜 일이지. 오늘 사원 면담은 그만. 선생님 어디로 나가죠? 앞문을 막아놨으니 함께 뒷문으로 나감세. 뒷문은 싫습니다. 앞문은 무척 곤란해. 나가고 싶은 사람 맘인데 오던길 놔두고 딴길이 뭡니까? 그사람 대개 고지식 하구만! 자네도 병원갈 일 없나? 몇일 후에 조위금이나 들고 가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