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4868/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8년 08월 06일 19:10 │ │ ▶ 제 목 : 善을 위해 사용될 존재 │ └───────────────────────────────────┘ >등록자 : PAA >등록일 : 98년 08월 04일 18:16 >제 목 : [의견]몸에 대한 짧은 명상. > >나의 몸(body)이란 무엇일까.. >이 몸은 온갖 원소들이 모이고 모여 분자를 이루고 >세포를 이루어 만들어 졌다. 그 속에 나의 영혼이 >자리잡아 살고 있다. 이 몸은 정녕 나의 것이란 말인가. >이 몸은 이번 삶을 끝마치면 곧 사라질 존재, >결코 내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몸은 내가 이번생에 잠시 "빌린" 것이다. > 대지로부터..물로부터..바람으로부터..생명으로부터.. >나의 몸은 수백,수천년전 땅 위의 한톨 >모래알이었을 수도 있고 한송이 꽃봉오리였을 수도 있고 >한줄기 나뭇가지였을수도 있고 물 위에 >떠다니는 소금쟁이였을 수도 있고 바람을 떠도는 >꽃씨였을수도 있다. 결코 이 몸은 "나의 것"이 아니기에 >잠시 "빌린"것이기에 아끼고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아끼고 소중히 다룬 몸인 만큼 죽는 순간 >말끔히 놓아주자. 어짜피 잠시 빌린 것이니 때가되면 >미련없이 돌려주자. 깨끗하게 나의 몸을 고향으로 >보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 생각의 차이일런지 모르나 몸에 대하여 떠오르는 선입감은 내 몸을 주고 지켜준 분들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집안에 늘상 신앙적 묵상의 기도를 하는 종교를 가진 아내와 모친의 경건스런 모습이 있다. 가족의 행복과 사랑, 그리고 건강과 소박한 소망을 지닌 맘의 독백들, 종교적 묵상의 생활화를 평생으로 몸에 배인 이들을 내집 여인들이 아니여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고급 신앙의 높은 이상을 지닌 처녀를 애인으로 갖고 싶은 청년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종교적 눈빛과 선한 맘 지닌 처녀는 내 맘 속에 보석처럼 곱고 신비스런 빛이였다. 소박하고 정갈한 모습, 生의 온화한 정서로써 가족의 운명적 만남에 인연의 정을 듬뿍 주는 이들, 모친과 아내의 기도를 어느 병상의 잠결에선가 듣고서 값 없이 받은 사랑, 너무도 고마워 하곤 그들의 사내식구로써 가정을 지켜주며 혈육의 끈끈한 정 느꼈다. 사실 신앙인으로써의 사람들의 고상한 묵상의 모습이란 그런 평범한 생활인들이였다. 살다보면 때때로 자신이 고독한 존재란 걸 느끼게 되는 법. 입에 쓴내가 나도록 가족의 생계을 위해 모진 고생을 참고 국민의 의무와 책임으로 사회인으로써 개인의 의지를 시험하며 견뎌야할 순간도 있고 처절히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야망의 세월도 있다. 또한 광기서린 사랑과 학문과 인생의 해답을 위해 거리와 야산을 배회하며 술에 취하고 비애감에 젖기도 하면서 사색어린 심오함과 천박한 성질과 유모도 가진다. 세상을 자립적으로 더러 두루 겪고 살다보면 인생에 고상함을 추구하는 곳에는 언제나 善하고 진지함에서 시작된다는 걸 본다. 진리를 구한다는 건 거짓된 것으로 구할수 없는듯... 신앙적 기도의 묵상을 수십년하는 주변에 흔한 이들이나 인생회의에 몇날 몇일 산책을 하며 사색에 젖어들거나 자기존재의 내면과의 대화를 위해 고상한 명상에 들어서거나 주요 프로젝트, 창작에 몰입하는 창의적 연구에 종사하는 이들이나 가족의 생계와 남들의 불행에 헌식적으로 봉사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善한 맘의 언저리에 경건한 모습이 있다. 장난이나 농담 따위는 섞여있지 않았고 거짓과 얕은 처세에 요령에 서툰 경험으로 목적을 위해 수단으로 사용치 않는다. 善한 맘에서는 언제나, 묵상으로 타인의 행운을 빌어주고 사색으로 의문에 가득찬 인생의 존재를 정의하고 명상으로 객체(자연)과 자기존재의 대화를 구하고 연구하고 탐험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얻어 지혜를 구한다. 그리고 헌신적 봉사로 타인과 더불어 사는 인간미을 배우는 것 같았다. 고로, 선한 맘을 가지고 내몸을 주고 지켜준 이들을 보더라도 인간의 몸이란 善을 위해 사용될 존재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