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5935/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8년 11월 03일 10:18 │ │ ▶ 제 목 : 명상은 독백에 가까운 것 │ └───────────────────────────────────┘ 살다보니 거리나 인생막장에서 들리는 풍이나 썰을 듣다보며 괴담도 많지만 궤변도 많고 괴짜도 많다. 술에 취하며 제성격들 나타나듯 계집보면 환장하는 이들도 너무둘 많더라. 인간의 동물적 본성이니 먹고 싸고 즐기려드는 속성이야 탓해서 뭣하겠냐만 세상을 예술적으로 낭만스레 사는 이들에게 인생이란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미래에 호기심을 가진다. 밝은 햇살에 다소곳이 모여있는 낯선 주택가, 산기슭 나즈막한 곳으로 길게 나 있는 오솔길, 풍경사진이나 인상파 회화에서 봄직한 꿈결 같은 아리송한 기억들, 어느 책에서 본듯한 언어의 더미에서 연상된 추억을 깊이 간직하며 삶의 애착이란 달콤한 고통 뒤에 평안과 안식을 맞게된 순간의 고마움을 간직하는 일상인들도 흔하게 본다. 인생이란 자신들의 관심을 어디에 뒀는가에 삶의 질이 있는듯 싶다. 겉보기 아름다운 미모에도 술꾼에 색마의 접대부 노릇이나 한다든가 하루종일 생각이란 것이 놀고 먹고 즐기려드는 문화에 돈과의 저울길이면 척박한 땅 이름모를 야생화가 바라보는 밤하늘의 무의미한 묵상보다 못한 삶에 의미일듯 싶다. 세상에는 자신들이 뭔가에 도통했다는 이들이 많다. 어떤이는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 학자입네 하는 이도 있지만 무명의 탐구인도 있다. 그들 말대로 재야 정치인 부류 표현식으로 재야 돌팔이 학자들도 있다. 발명특허로 인생을 보낸 이들 처럼 사금팔이에 일약천금 복권사기 말꼬기(경마) 집념에 처자와 자신이 가진 전부를 투기하는 광기든 승부사 투깃꾼도 있다. 한때는 나역시 작가 지망생을 꿈꾼 습작시절이 있었다. 하루에 쓰는 글에 량이란 3년간 하루에 8시간씩 중노동하듯 글쓰기에 미친적도 있다. 소설이란 읽기도 재미있지만 직접 쓰는 즐거움은 취미생활 만큼이나 매력적인듯 싶었다. 하도 많은 글을 쓰다보니 언제나 배설물 같은 생각들만 쌓이고 애써 정리한다는 건 새로운 글이나 생각을 착상해내는 일보다 어려웠다. 더우기 수학적인 마방진의 원리를 찾는 일 처럼 좋은 글이란 오류에 대한 인식과 수정과 정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지겨움의 나날을 만나곤 했다. 주변엔 수다꾼들이 노름하듯 말과 흥정 잇속 챙기기에 즐기는 이들을 본다. 글을 종이에 습작하듯 다작된 글을 게시판에 올릴 수 있는 세상이 되니 게시판이란 때때로 인격적 순화 없이 다수를 상대로 반사회적 공격적 말의 남용을 행사하기도 하리라. 하기야 장편소설이나 대하 다큐멘타리로 기획된 글이야 길어도 길어도 흥미는 있으니 씨리즈로 얽어도 가치야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화나 공동사용 공간에서 나 피곤하여 전철에 벌렁 뉘여 간다거나 내 할 말 많아 혼자 얘기하고 결론내고 한마디 끼여든 말에 성질내면 정말 듣기도 곤욕스런운데다가 황당할 노릇이다. 명상이란 말이 없이도 독백만큼 깊은 의식을 담고 자기와의 대화도 하지만 자연과 神과 통한다고들 했다. 명상의 가치는 뉘들 설명을 구구절절히 강조하지 않아도 지성과 진리와 인생의 삶에 가치를 느낀 이들은 뉘나 체험한 바 고상한 경험이였으리라. 굳이 道를 닦으려 하지 않아도 학문과 종교적이상을 가진 이들의 맘 속에는 명상적 체험은 수다스럼보다는 독백의 가깝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