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5964/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8년 11월 05일 09:27 │ │ ▶ 제 목 : 운명에 맡겨진 분위기 │ └───────────────────────────────────┘ 뉘가 명상한답시고 소리 지르고 떠들며 흥겨워하며 수다를 즐긴다면 그가 명상하는이라 뉜들 인정할까? 명상은 조용한 묵상에서 시작되어 독백하듯 허공을 향해 의식이 환상을 보듯 열려 있는 것이다. 명상에 잠기는 자의 모습은 언제나 조용하고 혼자 있어야 할 시간 속에 있음을 느낀다. 의식이 감각 깊숙히 더듬기도 하고 회상된 과거와 미래의 맘 설계을 무심히 관조하곤 한다. 명상적 체험은 결코 수다스러운 것이 아니다.. 굳이 명상적 깨닫음에 수다스러움의 가치를 논한다면 쓰레기 매립터에서 재활용품을 찾아낸 수거인의 탄성에 지나지 않을듯 싶다. 내 아는 유식한 말장이는 금호동에 사는데 취미가 신문 잡지 온갗 것에 난 정보를 놀랍게도 그모두 기억해낸다. 그와 대화을 나뉘면 그날에 뉴스를 듣게 되고 비슷한 사례에 견해도 역시 담아 사설이 따로 없다. 잡동사니 정보의 박식함이 머리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입담에 지나지 않은 느낌을 받아 한동안 주둥이를 여닫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했다. 말장난에 흥이 나면 태울 물건이면 어느 것이든 끌어드리려는 불장난을 하게 된다. 잘떠든다고 하니 괜스레 하늘을 향해 미친 척 삿대질까지 해보더라. 부산 자갈치 시장통 똘아이는 빈 마이크 들고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몸짓만으로 따라하며 코매디 하곤 했고 서울 혜화동 마로니 공원 주위를 배회하던 산발된 중년에 썬그라스 쓴 거지 여인은 일어와 영어를 유창히 섞어가며 정치적 뉘 죽일놈 살릴놈 소리 침뱃듯 했다. 그곳에 공통점은 언제나 수많은 구경꾼이 말없이 TV보듯 지켜보는 것이였는데 전혀 이상스럽지 않았다. 현실의 목격도 실감나는 느낌의 정도 차이인듯 지극히 피상적으로 세상사를 바라보다가 정작 자신이 교통사고로 곤경에 빠져 도움을 원할 때 show인줄 남들이 알면 원치않은 구경꺼리의 주인공이 되고야 말리라. 사건의 피해자의 모습으로 혹은 事故死의 망자들의 무리 속에 군중의 눈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있으리라. 개인을 다수가 침묵으로 지켜본다는 것은 영광이 아니면 오욕의 모습일듯 싶다. 고로 범부에게 남들의 시선이 모인다는 건 별로 기분 좋은 일 같지 않다. 마장동 우시장 진열장에 놓인 고깃덩어리 처럼 먹거리용 품팔이용 준비된 신세이면 이건 아니올시다. 우리는 정신나간 이들의 한맺힌 사연을 진지하게 받아드릴 기분이 아니였다. 어쩌면 귀신들하고 독백하듯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한 언어의 왜곡인지도 모르리라. 독백하듯 수다스러움은 자기 내면의 언어의 소용돌이이리라. 기침하고 싶어 일부러 하지 않듯 떠들고 싶어 수다스렀던 것이다. 지식의 체계적인 지적인 탐구의 욕망 처럼 예술가의 맘처럼 미친자의 헛소리도 잘 새겨들어보면 앞뒤 없는 개소리는 아니다. 뭔가의 인생내면에 문제가 생겨 어느날 부터 노숙자가 되어갔고 가정과 친구로 부터 소외된 인간 산송장되어 뒷골목 술집 외진 곳에서 움츠린 몸 땅속으로 기여들고 싶어 한다. 삶의 고통, 원치 않은 폐인된 몸 속엔 비굴해진 맘 되도록 여린 모습 되었다. 시퍼런 애들 깡패에게 발길질 당하고 아물 것 같지 않은 상처에 파리까지 덤벼들면 도시의 시궁창에 박힌 기분의 삶이란 갑짝스레 낯설기만 하리라. 자연의 숲 속으로 가리라. 찬바람이는 야산에 들풀에 햇살의 아늑함에 몸 뉘이고 흙에서 나는 향기로움으로 순수한 인간내음 맡으리라. 추억은 아름다운 것, 남 들으라 수다떨지 않아도 자신은 자신에게 진실되고 고상한 삶이 무엇인가 독백을 했다. 그리곤 산자들이 모인 도시의 수다스럼을 멀리하고 운명 부르는 길 따라 세상 벗한 인연 두고서 허공이 자연스레 열리는 의식에 일생도 맡겨 놓았다. 삶이 운명에 맡겨져 종지부된 의미에 명상적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웬지 낯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