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5989/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8년 11월 07일 07:48 │ │ ▶ 제 목 : 소묘적 추억의 자리 │ └───────────────────────────────────┘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 물은 귀하고 인심도 험악하여 귀한만큼 소중함을 아는 맘 있어 뉘 물한모금 줌에 고마워할 줄도 알리라. 마농의 샘이란 영화를 늦장가든 신혼시절 아내와 중앙일보 아트홀 가서 본적이 있다. 샘 막힌 곳을 찾아나선 이들이 인상적이였는데 귀한 것은 어느 곳이나 사람의 노력으로 얻고 정열과 땀, 인정이 베여든 것 같다. 연애시절이면 남녀가 손잡은 산책만으로 행복스럽고 학문의 달콤함은 기초를 조금씩 조금씩 앎의 기쁨이 있다. 짧은 글 단 한줄, " 난 널 죽도록 사랑해!"의 고백에서 사내는 객지를 들개처럼 배회 하다가도 그리운 사람 곁으로 온다. 남남이 오가는 게시판의 풍경이 그런 소박하고 진실된 소묘의 정경이면 그얼마나 정겨울까 싶다. 남을 상처 준만큼 자신도 괴로우리라. 종교를 신성모독하고서 어찌 젊디젊은 수녀나 비구니를 길가에서 뵈올까? 사랑하는 이가 세속을 버리고 그곳에 맘의 평온을 얻고자 했다면 실연의 상처도 고운 추억이 되리라. 세상을 살면서 제잘난 척해봐야 눈감으면 알 수 없는 저승길 가는 이 神에 의탁하지 않겠나? 삶이란 겸손으로 받아드릴 때 인생이란 새삼 진지한 모습으로 보인다. 병상의 창가, 군복무 시절 야전의 초소근무, 돈과 여자 문제로 괴롭고 고독해진 여행길에서 만난 낯선 도시의 풍경을 보노라면 자연의 넉넉함에 거치른 맘 부드러워짐을 느끼리라. 번잡함이 아니여도 소중한 것이 비록 작고 촌스러워도 명상의 추억이 배인 소묘적 게시판이라면 어여쁜 오누이, 혹은 정감있는 눈매의 애인을 바라보며 마티니 한잔 기우린 이름모를 카페에 회후같지 않겠나. 게시판은 훗날 우리 추억의 자리이다. 死地에서도 그리워 찾을 곳이면 분명 우리의 삶의 진실과 열정이 숨쉬던 곳임에 틀림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