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7096/13455 ▶ 등록자 : JK0620 │ │ ▶ 등록일 : 1999년 02월 07일 06:20 │ │ ▶ 제 목 : 삶의 내용 │ └───────────────────────────────────┘ 요즘엔 왜 자주 시간이 아까운가 모르겠다. 90까지 갈려면 살아온 길 되돌아갈 거리인데 뭘해도 충분한 시간이건만 고개가 갸웃거린다. 건강이 지켜준다면 이제 결심한 것들은 실천하여 이룰 것 같은데... 시간이 없을 것 같은 感이 든다. 잠결에 불연듯 깨어나 생각해보면 세상은 언제나 고요한데 어찌 인생의 날은 번잡스럽기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추억은 기억된 날들의 美學的 산물. 하찮은 먼지처럼 쌓인 것들도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거미줄로 흉상스런 발길드문 잡목 숲 외진 곳에 낯설게 막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착각과 오류와 실수가 많은 기억들 중에 情으로 엮은 회한은 내게도 분명 있다. 아내를 만나고 자식을 얻은 기쁨, 그 뒷편에 고독한 젊은 날의 몽상 같은 열정에 미칠 것 같이 그리운 사람이 있었다. 사람의 여자가 이토록 아름다울까 싶도록... 언어와 기억이 만나는 곳에 그대 유혜경이 서 있었다.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또한 자연의 경치를 새삼 탄복하며 사람의 情이 모인 이야기와 생각들 속에 인간미를 찾는 것이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알게 되었다. cafe dateline을 넘어 live에 잠시 머물다 헤어진 우리의 못이룬 젊은 날에 사랑, 인연이 있었다면 이별이야 없었겠지. 마티니 잔 너머로 정녕 가버린 사람은 낯익도록 얄미운 사람으로 내 가슴 속에 묻혔다. 젊은 날에 그대의 순결을 내게 줄 수 없던 단 하나의 이유로도 미련이 되고 남아 오래도록 지겹게 추억을 애무케 한다. 그녀의 진지함과 정초함만을 바라만 보았으니... 소유욕이 강하거나 가볍도록 짓궂은 정도이였으면 결코 지금까지 메마른 내 삶에 아쉬움만으로 남진 않았으리라. 이제는 정녕 남으로 여전히 내 기억만으로 남아 지독한 미움도 정감있게 변한 철부지 감정 뿐이다. 만남과 이별의 男女의 사랑이란 기대와 설램의 얄궂은 정서일런지, 지금 나이에도 낯선 젊은 여자가 언제 호기심을 주게 되는지는 몰라도... 그래서들 여행이란 낯선 곳에서의 자연과 사람의 만남으로 신선한 삶의 내용이 되기도 하리라. 그 사랑 그 열정 그 낭만은 내 추억만으로 족한다. 내 비록 척박하고 메마른 현실에 추위에 뉜 풀섶처럼 잡목숲의 일부가 된다해도 소중한 기억을 간직함만으로도 인생의 날은 후회가 없다. 아내와 자식을 얻은 인연으로도 삶에 대해 더이상 궁금함은 없다. 그러나 세상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모험을 시작하고픈 호기심은 분명히 있다.